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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매니지먼트

내면의 기술 07. 왜 우리는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낄까요?

내 말을 전하기 전에, 상대의 사정에 귀 기울이는 경청의 기술

내면의 기술 7화 표지,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말풍선을 띄운 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두 직장인 캐릭터와 '왜 우리는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낄까요?' 문구
같은 회의실에 마주 앉아 있어도, 서로의 말이 닿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화요일 오후 4시, 회의실.


“이번 달 안에 납기 맞춰주셔야 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 맞은편 부서 담당자가 입을 엽니다. 인력이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고개는 끄덕이고 있습니다.

머릿속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또 시작이네.”

“사람 부족한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잖아."

“이렇게 받아치면 되겠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첫 문장이 입안에서 준비됩니다.

맞은편 담당자의 머릿속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일정 얘기뿐이야.”


한 시간이나 이어진 회의가 끝납니다. 결론은 없습니다.

회의실을 나와 각자 자리로 돌아가는 길, 양쪽 모두 같은 말을 중얼거립니다.


“아, 진짜 말이 안 통해.”


무전기에 동시에 말하는 직장인 두 명 — 서로의 말을 듣지 못해 소통이 막힌 회의 상황
양쪽이 동시에 송신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어떤 말도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01. 분명 말은 오갔는데, 왜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무전기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무전기는 송신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에는 말만 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소리는 버튼에서 손을 뗐을 때 들리고요. 그런데 양쪽이 동시에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두 사람 다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서로의 소리는 전혀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 회의실이 꼭 이런 상태였어요. 상대가 말하는 동안은 듣는 시간이 아니라, 내 할 말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으니까요.


원형 테이블에서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직장인 두 명 — 리더의 경청과 조직 내 소통을 설명하는 이미지
이해받고 있다고 느낄 때, 상대의 방어도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02. 듣는 사람의 태도는, 말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이 장면을 거꾸로 돌려본 실험이 있습니다. 이츠차코프(Guy Itzchakov)와 와인스타인(Netta Weinstein) 연구팀은 의견이 엇갈리는 대화에서 듣는 사람의 경청 수준을 낮음·중간·높음, 세 단계로 나누어 비교했습니다. 경청 수준이 높다는 건 집중해서 듣고,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 하고, 선의를 갖고 듣는다는 뜻입니다.


결과는 이랬어요. 경청 수준이 높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한 사람들은 자기 입장을 지키려고 날을 세우기보다 차분하게 되짚어 봤고, 그 결과 한쪽으로 치우쳤던 입장도 한결 누그러졌습니다. 설득해서 생긴 변화가 아니라, 잘 들어준 것만으로 생긴 변화였습니다.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면 방어가 풀리고, 방어가 풀릴 때 자기 생각을 다시 보기 쉬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연구는 의견을 나누는 대화에서의 결과이지만, 업무 협의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 상황은 우리도 자주 겪죠. 다른 부서와 협의를 하는데, 내 사정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그건 어렵습니다", "이건 원래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 같은 말만 돌아옵니다. 이럴 때는 상대 말이 맞아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에는 '내 얘기도 좀 들어보라고' 하는 소리만 맴돕니다.


회의실 맞은편 담당자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은 건 내 논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말은 듣지 않고 무조건 자기 입장만 얘기한다고 느껴서였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요.


회의 중 서로의 말을 막고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직장인 두 명 — 조직 내 소통 갈등을 풀기 위한 경청 방법
버튼에서 먼저 손을 떼는 사람은, 대화를 여는 사람입니다.

03. 그렇다면 막힌 대화는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어느 한쪽이라도 먼저 상대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면, 닫혀 있던 대화에 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한쪽이 되려고 하면, 마음 한편에서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내 말이 맞는데, 왜 내가 먼저 맞춰야 해?”

“이건 그쪽에서 협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이런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내 입장에서는 정말 맞는 말이니까요. 그런데 맞은편에도 똑같이 “우리 사정이 이런데 왜 우리가 맞춰줘야 해” 하는 마음이 있을 겁니다. 양쪽 모두 맞는 말을 하고 있으니, 상대가 알아듣고 움직여 주길 기다리게 됩니다. 무전기 버튼을 누른 채 서로 상대가 먼저 놓기를 기다리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각자 “내가 맞다”는 확신만 단단해지고, 대화는 제자리에 머뭅니다.


이럴 때 대화를 움직이는 건 누가 더 옳은지 가리는 일보다, 한 사람이 먼저 상대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는 일일 때가 많습니다. 버튼에서 먼저 손을 떼는 사람은 지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를 여는 사람입니다. 그 첫마디는 이런 반응일 수 있습니다.


“아, 인력이 그 정도로 빠듯하셨군요. 듣고 보니 그 상황이면 충분히 그러실 수 있겠네요.”


이 말은 내 부탁을 접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정이 이해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해하는 척하는 말은 소용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그럴 수 있죠” 하면서 속으로 반박할 거리를 찾고 있으면, 그 마음은 말투에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같은 말이어도 정말 이해해서 하는 말인지,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말인지는 듣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알아챕니다. 


내가 먼저 귀를 기울여도 상대가 곧바로 같은 마음으로 돌아오진 않을 수 있어요. 내 사정을 물어봐 주기는커녕 자기 이야기를 더 이어갈 수도 있고요. 그래도 남는 것이 있습니다. 꼼짝 않던 대화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상대가 어떤 사정에서 그렇게 말하는지 알게 되고, 내가 부탁하려던 내용도 그 사정에 맞게 더 효과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카페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나누는 직장인 두 명 — 협업 갈등에서 상호 이해와 경청을 돕는 대화
승패를 가리기보다, 서로에게 가장 나은 방법을 함께 찾아갑니다.

04. 서로 원하는 게 다를 때, 어떤 마음으로 대화에 임하면 좋을까요?

서로 원하는 게 다르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이뤄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달라지지 않고요. 그 일정은 내가 정한 것도 아니고, 못 맞추면 곤란해지는 쪽도 나이니까요.


다만 조직 안에서 마주 앉는 건 입찰처럼 승패를 가르려는 게 아니라, 결국 같은 회사의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서입니다. 부서마다 맡은 일과 우선순위가 다르니 의견이 부딪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설령 내 방식대로 일이 정리된다 해도, 상대 마음에는 '이번에도 우리만 당했네' 하는 느낌이 남기 쉽습니다. 그 느낌은 다음에 협조를 구할 때 슬그머니 되돌아옵니다. 이번 건은 해결됐는데 다음 부탁이 어려워지는 셈이죠.


그래서 일을 앞에 두고 흔히 떠올리는 "이걸 어떻게 상대가 하게 만들까?"라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습니다.


"저쪽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그 사정까지 감안하면 어떻게 하는 게 서로 제일 나을까?"


목표를 내려놓자는 뜻은 아니에요. 꼭 이뤄야 할 일과 해야 할 말은 분명히 하되, 그걸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는 상대와 이야기하며 정해보자는 것입니다.


상대의 사정을 먼저 알고 나면 내 부탁도 한결 현실적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안에 전부"라고만 말하던 걸, 인력이 빠듯하다는 걸 안 뒤에는 "핵심 물량은 이번 달 중순까지, 나머지는 월말까지"처럼 상대의 인력 제약을 반영해 조정할 수 있습니다. 내게 꼭 필요한 건 지켜지면서, 상대에게도 해볼 만한 요청이 되는 거죠.


그러니 이번 회의에서 모든 걸 정리하려 애쓰기보다, 같이 일하는 관계가 계속 이어진다는 걸 염두에 두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이번엔 여기까지 맞추고 나머지는 다음에 이어가도 괜찮으니까요.

직장인이 회의 전에 메모장에 꼭 지킬 조건과 조정 가능한 범위를 적는 모습 — 업무 협의와 대화 준비 체크리스트
꼭 지켜야 할 것 한 줄, 조정해 볼 수 있는 것 한 줄을 먼저 적어 봅니다.

05. 듣는 동안, 그리고 말을 꺼내기 전에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요?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자고 마음먹어도, 막상 회의실에서는 내 할 말부터 준비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작은 연습 두 가지를 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알아차림, 다른 하나는 준비입니다. 


하나. 듣는 중에 반박이 올라오는 순간을 알아차려 봅니다.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진짜 말이 안 통하네”가 떠오르면, 속으로 한 줄만 붙여 보세요.

"지금 듣는 게 아니라, 반박할 말을 고르고 있구나."


그리고 그 반박 대신 질문 하나를 마음에 올려 봅니다.

"이분한테 지금 가장 걸리는 건 뭘까?" 


답을 못 찾아도 괜찮아요. 질문을 떠올리는 순간 송신 버튼에서 손이 떨어지기 시작하니까요.


둘. 내 요청을 꺼내기 전에 두 줄을 적어 봅니다.

“꼭 지켜야 할 것 한 줄, 조정해 볼 수 있는 것 한 줄.”


어디까지 맞춰줄 수 있는지 미리 알고 있으면, 상대의 사정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상대를 이기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를 만들어 두는 준비에 가깝습니다. 내 대답을 쥐고 있지 않으니 귀가 열리고, 양보할 수 있는 선을 알고 있으니 사정을 들어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똑같이 통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가 계속 몰아붙이거나 힘의 차이가 큰 관계에서는, 내가 먼저 들어주는 것이 "그쪽 뜻대로 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요. 이럴 때는 사정은 들어주되, 내가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은 분명하게 말해 두어야 합니다. 앞에서 적어 둔 '꼭 지켜야 할 것 한 줄'이 바로 그 기준입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될 수 있어요. 다음 회의에서 반박이 올라오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까지만 해도 충분합니다.


“소통이 안 된다, 말이 안 통한다”는 말은, 상대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기보다, 내가 기대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일 때가 많습니다.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거나,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거나. 그 기대를 양쪽이 똑같이 품고 있으면, 두 사람 모두 소통이 안 된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소통은 상대를 내가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일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자리에 선 두 사람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일에 가깝습니다.


말이 통하는 순간은 내 말이 이겼을 때가 아니라,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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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아 소장 프로필 사진, PSI컨설팅 마음챙김 & 회복탄력성 연구소장
강윤아 소장

PSI컨설팅 교수센터 마음챙김 & 회복탄력성 연구소장

"내면을 연구하고, 찰나를 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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