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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매니지먼트

내면의 기술 04. 자기비판을 멈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

더 잘하고 싶어서’ 시작한 자기비판, 이제는 공격을 멈추고 내 진짜 욕구를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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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판을 멈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

오전 내내 준비한 발표가 끝났습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말이 걸립니다.

그 표현이 좀 애매했나. 자료 띄울 때 잠깐 버벅였던 것도 생각납니다. 


나는 왜 항상 이래. 이것도 제대로 못 하냐. 발표를 몇 번을 했는데 아직도.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나 스스로가, 가장 가혹한 말로 나를 몰아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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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찰과 자기비판, 어떻게 다를까요?

회의 중에도, 메일을 보내고 난 뒤에도,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이 목소리는 올라옵니다.

대부분은 이것을 성장을 위한 성찰이라 여깁니다. 정말 그럴까요? 목소리의 방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평가입니다.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나를 돌아보는 것. 이 방식보다 저 방식이 효율적이다, 다음엔 이 부분을 보완해야겠다. 다음을 향한 시선입니다.


자기평가 안에는 나를 외부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기 객관화도 포함됩니다. 지금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 말이 어떻게 전달될까. 적당한 수준에서는 사회적 감각이 됩니다. 하지만 상황보다 남의 시선이 더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자기평가는 슬그머니 자기비판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다른 하나는 자기비판(자기비난)입니다. 평가가 공격의 언어로 바뀌는 것. 


왜 이것밖에 안 되냐, 이것도 제대로 못 하냐, 다들 쉽게 하는데 나만 왜 이래.


문제는 자기비판을 자기평가로 착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냉정하게 나를 보는 거야. 그렇게 믿지만, 자기평가는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지로 끝나고, 자기비판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봐로 끝납니다. 자기평가는 다음을 향하지만, 자기비판은 나 자신을 겨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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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목소리, 직장에서 유독 더 자주 들리지 않나요? 


직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 목소리를 키우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가 있습니다. Ryan과 Deci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입니다. SDT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외부 보상과 무관하게 충족되어야 할 세 가지 심리적 욕구가 있습니다. 이 욕구들이 채워질 때 사람은 에너지를 얻고, 채워지지 않을 때는 조금씩 소진됩니다(Ryan & Deci, 2000).

 

첫 번째는 유능감(Competence)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잘 해내고 있다는 느낌, 내 능력이 실제로 쓰이고 있다는 감각.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연결된 욕구입니다.

두 번째는 관계성(Relatedness)입니다. 내가 속한 곳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혼자 겉돌지 않는다는 감각. 사이 좋은 관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느낌, 그 소속감 자체입니다.

세 번째는 자율성(Autonomy)입니다. 내 의지로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직장은 구조적으로 이 욕구를 채우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결정권은 제한된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자율성 결핍은 만성적인 불만족의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 중에서도 유능감과 관계성은 직장에서 매일 반복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보고서 하나, 회의 발언 하나, 메일 한 통.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조금이라도 못 미쳤다고 느끼는 순간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깊어집니다.


관계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사람이 내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 오늘 그 말 괜히 했나. 나만 분위기 못 읽은 것 같았는데.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는 순간, 평가의 방향이 안으로 꺾입니다. 그리고 자기비판이 시작됩니다.


자기비판이 강하다는 건 나약해서가 아닙니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이 자리에 제대로 서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마음이 나를 향한 공격으로 전환될 때, 문제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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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 잘하려고 시작한 말이, 왜 나를 멈추게 할까요?

내면 목소리를 연구해 온 Ethan Kross(미시간대)는, 자기 비판적 내면 대화가 반추(rumination)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Kross, 2021). 반추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습니다. 같은 장면을 반복 재생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합니다.


왜 그 말을 했을까, 어떻게 보였을까, 역시 나는. 이 루프가 돌아가는 동안 다음 행동은 멈춥니다. 


'더 잘하려고' 시작한 자기비판이 실제로는 다음 발걸음을 막습니다. 그리고 그 공격이 반복될수록, 인지 자원은 지속적으로 소모됩니다. 큰 사건 없이, 매일의 작은 자기비판이 쌓여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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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목소리는 사실인가요?

그렇다면 이 목소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누르거나, 무시하거나, 긍정적으로 바꾸려 해야 할까요.

그 전에, 이 목소리의 정체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역시 나는 아직 멀었어, 왜 나만 이러지, 아 진짜 왜 이것도 못 해.


이 목소리는 사실처럼 느껴집니다. 반복될수록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감정 구성 이론을 연구한 Lisa Feldman Barrett에 따르면, 뇌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사실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이 과정은 의식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게 해석인지도 모른 채, 평가를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마음챙김은 바로 이 지점과 닿아 있습니다. 마음챙김 개념을 현대 심리학과 의학에 도입한 Jon Kabat-Zinn은 이렇게 정의했습니다(Jon Kabat-Zinn, 1994).


"Mindfulness means paying attention in a particular way: on purpose, in the present moment, and non judgmentally."

"마음챙김이란 의도적으로, 현재 이 순간에,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non-judgmentally, 비판단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판단을 안 해야 하는데, 자꾸 판단이 올라와서 명상이 잘 안 됐어요."  비 판단을 판단 자체를 없애는 것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하지만 카밧진의 non-judgmentally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판단이 올라오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올라온 판단을 또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 비판적 목소리는 뇌가 자동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막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런 목소리가 올라왔다는 것에 또 한 번 자책하는 것입니다. 비 판단은 그 목소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그것이 목소리임을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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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순간,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알면서도 막상 올라오는 순간엔 사실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그 순간 해볼 수 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알아차리기.

목소리가 올라오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또 나한테 뭐라 하고 있네. 또 채찍질하네.

단순해 보여도 쉽지 않습니다. 자기비판은 대부분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내가 아니라, 자동으로 흘러가는 내가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알아차림은 그 흐름 안에 잠깐의 멈춤을 끼워 넣는 일입니다. 그 순간, 목소리는 나를 덮치는 것에서 내가 바라보는 것으로 바뀝니다.

 

두 번째, 욕구 보기.

자기비판 뒤에는 반드시 욕구가 있습니다. 잘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실수하지 않고 싶다. 왜 항상 이 모양이야. 이 말 뒤에는 나는 더 잘하고 싶었다가 있습니다. 공격의 언어 뒤에 있는 바람을 읽는 것. 그것만으로도 목소리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이 두 단계가 자기비판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연습이 거듭될수록, 목소리가 올라오는 순간과 내가 거기에 끌려가는 순간 사이에, 간격이 생깁니다.

그 간격이 선택의 자리입니다.

그 한 박자가, 나를 소진시키는 방향과 나를 돌보는 방향을 가릅니다.

 

오늘 그 목소리가 올라왔을 때, 나는 어디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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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아 소장

PSI컨설팅 교수센터 마음챙김 & 회복탄력성 연구소장

"내면을 연구하고, 찰나를 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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