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사관리의 커다란 흐름을 먼저 살펴보자.
신인사제도라는 이름 아래 성과주의 인사를 지향하면서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상당수가 겉모양만 직무급이고 실제로는 연공급이 그대로 작동되고 있는 형식적인 직무급이다. 이보다 앞서 조직 차원에서는 과거 7~10년간 팀제가 유행처럼 번져 많은 기업이 대부대과형 팀제를 도입하였다. 그래서 조직의 형태가 표면적으로는 수평적 조직으로 변화하였다. 그에 따라 1직급 2호칭제를 사용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팀장 이외의 직원에게 모두 매니저라는 호칭을 부여한 기업들도 생겨났다. 또한 벌써 오래된 이야기지만 일부 기업들은 회사 내에서 직급과 직책, 직위와 관계없이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신인사제도의 도입 이후 보상체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그동안 연공이 촘촘히 반영된 호봉제의 급여 테이블이 직무가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브로드밴딩Broadbanding) 형태의 페이 스트럭처(Pay Structure)를 도입하는 추세이다.
여기에서부터 HR 직원의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팀제를 도입한 기업은 팀장과 팀원의 2단계 직원이 존재하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부장(팀장) - 차장 – 과장 - (대리) – 사원 등 적어도 4~5단계의 직급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팀제에서 요구하는 직원의 역할과 HR 상에서 운영되는 직원의 직급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또한 회사에서는 역량 중심의 인사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역량을 도출하는데 계층별 역량으로 리더십 역량을 팀장 리더십 역량 – 차장 리더십 역량 – 과장 리더십 역량을 도출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원의 경우도 셀프 리더십(Self Leadership)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역량을 도출하여 적용한다. 그러나 실제로 도출된 역량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역량들 간의 커다란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A 기업에서는 과장에 해당하는 역량이 B 기업에서는 차장 역량이 되고 있고 심지어는 팀장 역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회사별 특성을 고려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직급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도출된 리더십 역량이기 때문에 회사별로 리더십 역량이 직급별로 서로 뒤바뀌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보상제도의 실상을 보면, 이와 유사한 모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로 급여가 직무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직무급을 도입하였으나 외자계 기업이 아닌 한국 토종 기업의 경우는 직무가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의 근속연수 즉 연공 위주로 결정되고 있다. 따라서 ‘신인사제도’라는 이름하에 도입된 역할, 직무 및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기본 취지와 실제 운영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HR 제도와 HR 운영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 포지션 프로필(Position Profile) 운영
보통 회사에서는 “과장이면 과장답게 행동하라”라고 하거나 “차장이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을 한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과장답게’가 바로 조직이 과장 레벨에 기대하는 역할을 표현한 단어이다. 그러면 팀장다운, 차장답게, 과장이라면, 사원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을 명확히 규명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HR 제도와 실제 HR 운영의 괴리를 줄여나갈 수 있다.
직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가 각 포지션(Position)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명확히 규명해야 하고, 그 역할을 직원이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과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를 정의한 포지션 프로필(Position Profile)을 작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지션 프로필을 작성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자. 먼저 각 직위마다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도출한다. 가치 제안에서는 왜 그 직무가 회사에 존재하여야 하는지 그리고 직무 수행 결과가 어떤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즉 직무 수행을 통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즉 회사가 그 직무에 기대하는 것 등을 기술한 것이다.
역할을 직급별로 차별화하여 도출하는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를 보자. 직원의 계층별 역할을 규정할 때에는 해당 계층의 직원이 비전을 제시하고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직원을 지도하고 감독하고 코칭하는 역할인지, 실제로 고객과 만나서 비즈니스 거래를 하는 역할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이 역할을 구분한다면(Role segmentation) 그 역할에 적합한 역량을 다르게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팀제하에서 다직급 체제를 운영하려면 각 직급별로 요구되는 역할 기대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또한 직무 가치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려면 직무별 직무가치를 산출하고, 각 포지션별로 포지션 프로포지션(Position Proposition)까지 명확히 도출해야 한다. 특히 직무가치를 평가할 때, 과학적이고 세부적인 직무가치 평가 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지션 프로포지션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직무 평가 요소나 결과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와 같이 직급별 기대 역할의 명확화, 직무 가치의 결정, 각 직위별 요구되는 역할, 책임 및 행동 등을 정의한 포지션 프로필이 정비되면 어느 정도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역할’의 HR 적용
그렇다면, 인사제도와 인사운영의 괴리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역할 개념을 어떻게 HR 운영에 적용해야 할까?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한 팀장 밑에서 일하는 이 차장과 김 과장이 모두 팀원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보상의 기본적인 원리에 의하면 이 차장이 분명히 김 과장보다는 많은 급여를 받기 때문에 직무가치가 보다 큰 직무, 난이도가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컨대 과장이 더 능력이 있거나 차장이 다른 팀에서 배치되어오면 과장에게 더 중요한 직무를 맡기곤 한다.
2-1. ‘역할 커뮤니케이션(Role Communication)’을 확대하라
위의 사례에서 이 차장과 김 과장이 직급별 요구 역할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이는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보상이나 승진에 ‘역할’ 개념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 직원들에게 직급별 역할 차이를 인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승진자 교육이나 팀장의 직원 회합을 통해 각 직급별 역할에 대해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차장은 과장보다 더 큰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차장에게 과장보다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것은 조직이 개인에게 더 많은 공헌을 기대하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직원들이 직급별 기대 역할을 확실하게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역할 차이에 대한 인식은 승진 후보 그룹에게도 각인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차장 직급에게는 과장보다 더 회사에 기여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과장은 대리 또는 사원 직급과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를 알게 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직무 가치를 결정하거나,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도출할 때 역할이 가장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이다. 승진을 통해 역할이 바뀌면, 직무가치뿐만 아니라 요구 되는 역량도 달라지기 때문에 승진 후보 그룹이 승진할 직급에 요구되는 역할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2-2. 직무가치 평가에 역할을 반영하라
직무가치는 해당 직무를 수행할 경우 보상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서 상대 비교를 통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직무가치를 결정할 때에도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등급(Grade)이 높은 중요한 직무일수록 직무 수행상 요구되는 역량, 문제 해결 과정, 성과의 영향도 및 재무적 영향이 큰데 그러한 것은 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역량과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각각의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역량과 요구되는 역량 수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조직이 각 직무에 요구하는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비교적 용이하다. 따라서 직무급제와 관련하여 직무가치를 결정할 때는 추상적 역량보다 눈에 보이는, 즉 손에 잡히는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할을 고려할 때는 직무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과 직급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이 모두 반영되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즉, 경영진의 경우 경영진으로서의 역할 및 사업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모두 요구된다. 하나는 직급 계층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직무 수행자로서 요구되는 역할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한국의 많은 기업이 대부분 직급별 역량으로 리더십 역량을 도출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직급별로 요구되는 역할은 정확하게 도출하여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직무 수행자로서 요구되는 역할의 범위를 차별적으로 도출하여 직원에게 인식시키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작동하는 길이야말로 직무, 성과, 역량주의 HR을 이어주는 가교이기 때문이다.
🔍 HR 제도와 운영의 성공적 통합을 위한 점검 문항
우리 회사는 직급별로 요구되는 역할을 차별화하여 상세하게 정의하고 있는가?
차장 직급과 과장 직급의 급여 차이만큼 역할과 수행 직무의 가치 차이가 있는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역량을 어떻게 적용하여야 직원이 그 자리에 적합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인가?
직무급을 설계함에 있어서 역할을 고려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직무가치만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HR 운영상에서 연공 중심으로 승진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역할을 어떻게 승진에 반영하여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