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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경험

지나온 길을 비추는 등대, 그림과 노래

지나온 길을 비추는 등대, 그림과 노래

재작년 이 맘 때 쯤 그림 한 점을 보았습니다. 마흔 이후부터는 한 해가 저물 때 쯤이면 잘 살았다는 뿌듯함보다는 묘한 회한의 감정을 점점 더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좋은 추억은 색이 바래지거나 얇아지고 그 자리를 아쉬움과 후회가 조금씩 조금씩 메워나가는 쓸쓸한 기분, 저만 그런가요?


그림 하나: 포브스의 「바이올리니스트」

조금 시간을 갖고 아래 그림을 보시겠습니까? 영국 뉴린파 화가의 대부로 불려지는 포브스(Forbes)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이 그림을 책을 통해 저에게 소개해 주신 분의 빼어난 글 솜씨를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The Violinist

바이올린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매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 생애를 같이한 바이올린을 손에 쥔 노인은 만감이 교차하나 봅니다. 얼굴에 진 주름마다, 손등 위에 드러나는 핏줄마다 노인이 살아온 이야기들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옆에서 지켜보고 소리로 화답하던 바이올린의 몸체에도 이젠 세월의 흔적이 묻었습니다.


눈물과 한숨, 그리고 웃음과 환희를 오랫동안 함께한 좋은 친구가 서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문득 저의 주변을 돌아봅니다. 지금까지 같은 길을 함께 걸어온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낡은 가구들과 책들에게 시선이 멈춥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림 속 노인이 바이올린에게 건네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 친구! 덕분에 한 세상 즐거웠다네."

-아트북스, 선동기 지음. 「처음 만나는 그림」 291쪽


그 이후 이 그림은 달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들여다보는 저만의 등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된 불씨였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그림은 작지만 소중한 추억들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돌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왕이면 맑고 즐거운 추억이 제 생애의 끝날까지 남아 저를 안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나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주위의 사랑하는 이들을 두 팔로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날, 생애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지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 친구! 덕분에 한 세상 즐거웠다네!'


노래 하나: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이야기

매년 해가 바뀌기 직전, 12월 31일 자정 1분 전쯤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올드 랭 사인' 이야기로 안내하겠습니다. 노래 제목 'Auld lang syne'은 스코틀랜드 남부 사투리입니다. 영어로는 'Old long since'이지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시인인 로버트 번즈(Robert Burns)가 1788년에 지은 시에 스코틀랜드 특유의 리듬이 결합된 포크송입니다.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번즈의 시, 1절과 4절의 가삿말은 이렇습니다.

오랜 친구들을 어찌 잊을 수 있으며 어찌 다시 생각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든 친구들을 어찌 잊을 수 있으며 그리운 그 시절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그래, 악수하세 내 믿음직한 친구여 그대 손을 내게 주게나 우리 모두 우정의 잔을 높이 들세 그리운 그 시절을 위해!

'올드 랭 사인'을 넓게 해석하면 'long long ago', 'day gone by', 'old times'의 의미이지 않을까요. 제 마음대로 제목을 붙인다면 「지나간 아름다운 시절을 위한 건배」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노래는 차츰 영어권 전체로 퍼져 나가더니 각별히 12월 31일 자정, 해가 바뀌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지정곡이 되었으며 영국이 전성기를 누리면서 전 세계 방방곡곡에 이 노래가 전파됩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2,000개가 넘는 디스크 버전이 있으며 파티가 끝날 때, 졸업식, 폐막식 등등 각 나라의 감성과 결합하여 '회자정리의 대표곡'으로 뿌리내렸습니다.


🎬 영화 '애수'와 애국가 이야기

세계인의 노래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은 영화가 한몫합니다. 혹시 '애수'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1940년 머빈 르로이 감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스타덤에 오른 비비안 리와 당대 최고의 꽃미남 로버트 테일러를 내세워 'Waterloo Bridge'를 만듭니다. 전형적인 전쟁 비련 로망스 영화입니다.


그런데 비련의 주인공들이 전쟁으로 인한 가슴 아픈 이별의 장면에서 '올드 랭 사인'이 울려 퍼집니다.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멜로드라마의 명장면이 탄생했지요. 그해 아카데미 음악상은 당연히 'Waterloo Bridge'가 거머쥡니다.


한편 나라를 강탈당하고 국내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나고 나라 밖에서는 치열한 독립운동이 전개되던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이끌고 있던 안창호 선생은 애국가의 필요성을 깨닫고 '올드 랭 사인' 멜로디에 윤치호 선생과 공동으로 만든 가사를 붙여 애국가를 제창하게 만들었습니다. 스코틀랜드 포크송이 해방 전까지 우리 모두 가슴으로 부르는 불멸의 노래가 된 것이지요.


해방 후에는 1935년 안익태 선생이 작곡했지만 일제의 철저한 탄압과 검열로 국내에서는 불려지지 못한 새로운 애국가가 국가로 정해지면서 '올드 랭 사인'은 본래의 이별의 노래로 돌아오게 됩니다. 강소천 선생이 지은 우리말 노래는 너무 귀에 익다 보니 모두 금방 흥얼거려집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야 작별이란 웬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잘가시오 잘 있으오 축배를 든 손에 석별의 정 잊지못해 눈물만 흘리네 이 자리를 이 마음을 길이 간직하고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저는 사람의 체온이 담겨 있는 아날로그가 더 좋고 편합니다. 이 오디세이 편지도 꼬박꼬박 손글씨로 몇 번이고 고친 다음 또박또박 정서를 한 다음 편집자의 손에 넘기고 있습니다. 그냥 왠지 편지는 꼭 손글씨로 써야 할 것만 같습니다.


이제 편지를 마치고자 합니다. 한 해 동안 클래식 오디세이를 따스한 눈길로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성 깃든 댓글로 저에게 힘을 주신 한 분 한 분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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