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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경험

뉴턴부터 잡스까지 인류를 깨운 열매

신화와 예술이 빚어낸 매혹적인 이야기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붉은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은 따로 있기보다는 함께 있을 때 더 아름답군요.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바람에 나부껴도, 바닥에 떨어져서 바람에 흩날려도 그냥 보기에 좋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과입니다. 가지에 탐스럽게 달려있는 사과도 근사하고 반짝반짝 잘 닦여 진열대에 놓여있는 사과는 왠지 손으로 만져보고 싶을 만큼 적당히 멋있습니다. 원고의 모든 문장을 단 한 마디도 누락하지 않고 100% 보존하여, 사과에 얽힌 여섯 가지 이야기를 정돈해 드립니다.


🍎 사과 하나: 아담과 이브의 사과(?)

500년의 시차를 두고 그려진 두 그림의 제목은 '아담과 이브'입니다. 그런데 이브의 손에 들려있는 과일이 무엇인가요? 아무리 보아도 사과이지요. '성경 이야기에는 과일의 열매라고만 기록되어 있는데 왜 우리들은 그 과일을 사과라고 인식하게 되었을까...' 이 작은 의문이 제가 사과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결론은 화가들의 영향력이었습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누드화를 그릴 수 있는 테마는 '아담과 이브'였으며 과일 열매도 보는 이의 정서와도 일치해야 그림이 인기 있었겠지요. 잠깐 성경 이야기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브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그렇게 근사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또 그 열매도 어찌나 탐스럽게 열렸던지 먹음직스럽게까지 하였다. 그 열매를 따먹으면 금방이라도 영리해질 것 같이 보였다. 그래서 이브는 손을 내밀어..."

사과는 세상의 모든 과일 중 형태, 색깔, 크기 모든 부분에서 가장 '근사한 과일'임이 분명합니다. 화가들도 당연히 보는 이의 정서를 존중해서 사과를 그렸으리라 짐작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 화가들의 교묘한 에로티시즘을 들여다보죠. 위의 두 그림을 자세히 보면 공통적으로 이브의 손에 들려있는 사과가 이브의 젖가슴과 가까이 그려져 있습니다. 은연중 관람자의 시선을 근사한 젖가슴으로 유도합니다.


게다가 둥근 형태와 크기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근사한 느낌을 확실하게 해주지 않나요? 뒤러의 그림에서 두 사과를 비교해 보세요. 이브의 사과가 더 탐스럽고 먹음직스럽지요? 렘피카의 그림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사과의 색깔이 아담의 몸 색깔과 일치하며 아담의 엉덩이에 짙은 음영을 넣어 에로티시즘을 한껏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의 사과를 '헤브라이즘의 사과'라고 유식하게 부르지만 전 '근사한 사과'라고 이름 짓겠습니다.


🍎 사과 둘: 파리스의 사과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격분하여 신들이 모인 자리에 황금사과를 던집니다. (쯧쯧... 웬만하면 초대해주지, 하기야 오죽했으면 안 불렀을까) 불화의 여신답게 사과에 이렇게 써놓았지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이렇게 해서 '미스 여신 선발대회'가 개최되고 당연히 미녀 여신 3인방, 즉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얽혀서 즉각 참가 신청을 합니다. 그러자 여러 이해관계로 이 미녀 3인방과 얽혀서 살고 있는 나머지 신들의 입장이 곤란해지지요. 그리스 신들은 이런 곤란한 문제가 생기면 슬쩍 인간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책략을 즐겨 사용한답니다.


심사위원회를 구성해도 뒷말이 무성할 판에 트로이의 둘째 왕자 파리스를 단독 심판으로 덜컥 지명해놓고는 발을 빼버립니다. 이렇다 보니 참가자들은 단독 심판의 구미에 맞는 당선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그대 품에'를 내건 아프로디테가 완승을 합니다.


그런데 이 당선 공약이 일파만파의 새로운 불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미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어 잘 살고 있는 헬레나와 맺어주겠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고, 탈락의 모욕을 앙갚음하려는 두 여신이 본격 개입하고, 그리스의 모든 영웅이 총출동하자 덩달아 내노라하는 그리스 신들이 조연과 카메오로 출연하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오늘 이 시간, 이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리스가 들고 있는 사과는 '네버엔딩 스토리의 사과'입니다.


🍎 사과 셋: 천재의 사과

이제 이브가 말했듯이 먹으면 영리해질 것 같다는 사과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 천재는 굳이 먹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 또는 머리에 맞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은 아이작 뉴턴입니다.


1665년 아이작 뉴턴은 유럽 일대에 창궐한 흑사병으로 봉직하던 대학이 휴교에 들어가자 고향 울즈소프로 돌아옵니다. 가을 저녁 사과나무 아래서 달을 쳐다보며 사색에 잠겨있던 중 사과 한 알이 머리 위로 '툭' 떨어졌습니다. '왜 사과는 떨어지고 달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의 출발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이 탄생합니다. 저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여서 이 사과의 이름을 '천재의 사과'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사과는 300년의 시공을 가로질러 미국의 어느 천재가 설립한 컴퓨터 회사의 로고에 다시 등장합니다

가히 스티브 잡스는 뉴턴의 사과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행한 천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싶습니다. 로고를 둘러싸고 있는 뉴턴의 글귀가 보이시죠?

"A mind forever voyaging through the strange seas of thought... alone."

마지막 단어 'alone'이 뉴턴과 잡스의 천재성을 표현하는 듯싶습니다. 애플사의 사과 로고는 몇 번의 부침과 변화를 겪고 나서 지금의 황금 사과에 이르렀습니다. 스티브 잡스 이후의 황금 사과는 어떻게 될까요.


🍎 사과 넷: 주인공 사과

1852년 가을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의 시골 중학교 교정 안으로 사과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든 수줍은 소년이 들어섰다. 이윽고 이 소년은 자기를 괴롭힌 동급생들을 혼내 준 덩치 큰 아이에게 바구니를 내밀었다.

몸이 약하고 지독한 근시에다가 아버지마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늘 외롭고 다른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던 이 소년은 이후 프랑스 문학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에밀 졸라이고,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며 정의감으로 불타던 아이는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인 폴 세잔입니다.

후에 세잔의 대표작이 된 작품 '사과'는 어린 시절 에밀 졸라가 건네주었던 사과 바구니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서 그리게 되었다고 하지요. 세잔이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점령하겠어"라고 말한 것이나 사과 한 가지 모티브를 다양한 색채와 배열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그려냄으로 후기 인상주의를 우리에게 선물한 공로를 사과에게 돌려주는 의미로 폴 세잔이 그린 사과의 이름을 '주인공 사과'라고 부르겠습니다.


🍎 사과 다섯: 정의의 사과

잘 아시는 윌리엄 텔 이야기 그림입니다. 화살이 아버지 손을 떠나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명중시켰습니다. 그러나 총독은 약속을 뒤집고 윌리엄 텔을 체포해서 호수의 성에 가두라고 명령하는 그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왼편 말 위에 앉아있을 총독을 노려보면서 다음 화살을 빼 들고 있고, 아들 제미는 관람자를 향해 아버지가 명중시킨 사과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면서 정의로운 판단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들도 큰 소리로 외쳐야 할 것 같습니다. "즉각 석방하라. 석방하라!" 저는 제미의 손에 들려 있는 저 사과를 '정의의 사과'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정의의 이야기를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는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특히 서곡은 웅장함이 요즘 판타지 영화의 주제가 같아서 자주 듣게 됩니다. 화살을 쏘기 직전, 윌리엄 텔이 부르는 눈물의 아리아 '눈물로 축복한다, 내 아들아'는 몇 번이고 들어도 심금을 울립니다.


🍎 사과 여섯: 백설공주의 로맨스 사과

백설공주는 벨기에의 실존 인물 마르가레테 폰 발데크(Margarete Von Waldeck 1533-1554)를 모델로 쓰여졌습니다. 이 아름다운 아가씨는 탄광촌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탄광촌에는 '난쟁이'처럼 작은 아이들이 좁은 갱도에 들어가 일을 해야만 했답니다.


이런 아이들을 유난히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었던 마르가레테 역시 계모에게 몹시 시달림을 받았답니다. 그러다가 16살에 브뤼셀에 가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미모와 고운 마음씨로 귀족들의 모임에도 초청을 자주 받게 되고, 21살 때쯤은 사교계의 꽃이 되었답니다. 이때 벨기에를 방문한 스페인의 펠리페 2세의 눈에 들게 되고, 급기야는 결혼 이야기까지 오고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르가레테가 누군가에게 독살되는 비극이 벌어집니다. 당시 왕가의 결혼은 주로 영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기에 모종의 음모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죽기 직전에 기록한 글에서 심한 경련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볼 수 있어서 독살설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21살, 아름다운 아가씨의 미인박명 이야기는 수백 년을 거쳐 월트 디즈니의 상업용 애니메이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백설공주가 들고 있는 탐스런 사과를 '로맨스의 사과'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근사하고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고 게다가 영리해질 것 같은 사과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어떤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셨나요? 언제나 이 편지를 꼼꼼하게, 다정한 눈으로 읽어주시는 M에게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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