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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경험

“NO” 라고 말하는 용기

전략적 NO가 가져오는 비즈니스 혁신


몇해전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화학부문 1위사인 D사의 한국법인과 일을 하면서 “역시 세계적 기업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교육훈련비의 고용보험 환급관계를 논의하던 중 당시의 법령상 요구되는 조건 때문에 약간의 편법을 쓸것이냐 원칙대로 할것이냐를 두고 의사결정을 할 때였다.


법령에서 정한 환급조건을 맞추기 위해 실제 운영한 교육시간보다 2~3시간을 시간표에 더 부풀려서 보고하기만 하면 회사가 고용보험료 납부한 것을 일부 환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HR담당 책임자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대로 하겠다. 200년 이상의 회사 역사속에서 현지법을 위반하거나 편법을 써서 이익이 된 적이 없었다.” 면서 눈앞의 이익보다는 원칙을 따르는 결정을 했다.


이런 경우 국내 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할까? 어쩌면 그런 관리자가 융통성이 없다거나 손익마인드가 부족하다고 윗사람으로부터 핀잔을 받지 않을까 우려아닌 우려가 머릿속을 잠시 스쳐갔다.


전략경영시뮬레이션을 진행하다보면 이와 유사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데 그 결과가 자못 흥미롭다.회사의 현재의 기술과 생산능력으로 봐서 도저히 납기를 맞출 수 없는 신제품에 대한 대량 주문이 왔다. 생산과 기술 부문에서는 품질기준에 맞는 제품개발이 곤란하니 이번에는 포기해야 된다는 의견이고, 영업부문에서는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길 수 있으니 무리해서라도 수주하자는 의견을 내는 상황에서 최고 경영자로서 의사결정을 해야 된다.


이 상황에 대한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응답결과를 분석해 보면 약 85% 이상이 품질상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수주를 하거나 아니면 고객 요구에 미달되지만 현재 준비된 제품을 납품하고 추후 업그레이드 해 주겠다는 의사결정을 한다. 신제품을 그것도 대량으로 사주겠다는 고객이 나타났는데 어떻게 “ 현재 회사의 기술과 생산역량으로 봐서 지금은 도저히 불가능하니 6개월 후에 납품할 수 있다” 는 솔직한 얘기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필자도 그런 현실적인 생각에 일부 동의하고, 실제 그런 의사결정을 내려본 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그런 결정들을 했었지만 그 결정으로 인한 결과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고 나쁜 결과들을 여러 번 경험했다.


예를 들어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내부 인력 여건상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수주해서는 안되는 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 때문에 무리해서 수행했던 적이 있는데, 그 프로젝트 종료 후 우호적이었던 고객이 남남처럼 되어버린 경험이 두세번 있다.


또 ‘예산이 부족해서 그러하니 다음해에는 제대로 된 더 큰 프로젝트를 줄 테니 이번에만 정상 용역금액의 절반도 안되지만 꼭 해달라’ 는 고객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서, 또 이번 일로 서운해지면 괘씸죄에 해당될까봐 걱정되어 프로젝트를 수주한 적이 있다. 그러다보니 부득이 품질보다는 가장 손쉬운 경로를 찾게 되고 투입되는 인력을 경험이 약간 못미치는 사람으로 편성하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여건이 그럴 수 밖에 없고, 고객 요구 때문에 부득이하게 하는 프로젝트이니만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 고객이 당연히 그런 사정을 감안해 줄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의 일방적 희망일 뿐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고객은 냉정해지고 까다로워진다. 부탁할때의 좋은 표정들은 어디가고 갑자기 뻣뻣해진「갑」으로 변해버린다.


발주 과정에서 어떤 약속을 했던간에「을」이 수행한 프로젝트의 성과나 품질이 기대에 못미치면 고객은 항상 떠난다는 것을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 배웠다.


그것도 그냥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는 게 아니라 다른 잠재고객들에게 나쁜 평판을 퍼뜨리면서.

경영시뮬레이션 상황에서 이번에 그 주문을 수행할 수 없는 이유를 고객에게 솔직하게 설명해 주고 6개월 후에는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결정을 하게되면 점수를 가장 많이 받게 된다. 이렇게 하면 고객이 “다른 회사도 여러군데 알아봤지만 당신 회사처럼 솔직하게 얘기하는 믿을만한 곳이 없더라. 6개월후에 꼭 부탁한다.


"추후 더 큰 주문을 주겠다" 는 피드백을 해 주는데 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맞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또 그만큼 중요한 고객이라면 자원을 집중해서 그 기간내에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개발하여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회사의 사활을 좌우하게 될 신규 전략상품이 품질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진입 초기에 실패하면 그 실패가 주는 리스크는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다.



원칙을 알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또 어려운 결정일수록 그 결정에 수반하는 Trade-off 도 크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100년, 200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시뮬레이션상황에서 원칙이 무엇인지를 헤아려서 현실적으로는 어렵지만 그래도 올바른 결정을 하는 현재 약 15% 정도의 리더들 비율이 점차 70~80% 수준으로 높아져야 된다. 특히 큰 회사보다 존경받는 회사가 더 중요해지는 디지털 시대에는 할 수 없는 것과, 해서 안되는 것에 대하여 리더들이 과감히 “No” 를 할 수 있어야 세계 수준 규범에 맞는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이 보여주는 바른 모습이 후배들에게 생생한「조직학습」의 교과서가 되고 Noel

Tichy 교수가 주창한 것처럼 뛰어난 리더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리더십 엔진”

이 된다는 것을 D사의 작은 예를 통해 배우면 어떨까?





* PSI컨설팅 대표 정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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